[플라스틱코리아] 통합화된 시스템 구축으로 상생발전해야 /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이병옥 교수

Post date: Apr 24, 2018 6:33:38 AM

통합화된 시스템 구축으로 상생발전해야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이병옥 교수

사출성형 및 유변학 분야 전문가인 이병옥 교수는 서울대학교 학사, 카이스트 석사, 렌셀러 폴리테크닉대학 박사, 코넬대학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이 교수는 그동안 사출성형 공정분석 및 공정최적화, 사출성형 공정 CAE 분석, 금형 냉각채널 설계자동화, 고분자의 유변학적 물성 측정 및 분석, 각종 고분자 재료의 성형 및 가공분야 등을 연구해왔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성형가공실험실을 운영하며 사출성형과 금형설계, 플라스틱 성형분야를 가르치며 연구하고 있다. 또 한국유변학회에서 2016년도 회장을 마치고 현재는 감사를, 고분자 나노융합 가공기술센터(CNSPPT)에서 사출분소장을 맡고 있다.

주로 어떤 분야를 가르치고 연구하는지요?

제 전공 분야와 직접 관련 있는 과목으로 사출성형과 관련된 금형설계, 유변학, 플라스틱 성형가공 등을 강의하면서, 기초과목으로는 기계재료학과 공업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주로 재료 가공에 관련된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플라스틱 소재 가공 분야가 주 전공 분야입니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의 위기와 관련, 원인과 해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고분자 나노융합 가공기술센터(CNSPPT)의 백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국내 플라스틱 산업의 위기는 지난 고도 성장기에 우리가 거둔 비약적인 성공에 취하여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못하고 지난 시절 성공의 단맛을 계속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성공이 어떤 기초에서 달성되었는지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해왔다는 단순한 자부심에 기초해 가장 중요한 인력 양성에 힘을 쏟지 않았습니다.

대학은 대학대로 논문에 치우친 연구평가제도를 운영하였고 산업체는 대학의 그러한 파행에 올바른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였습니다. 산업체는 옛 방식이 성공을 가져다준 것으로 믿고 신속하게 생각과 방식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은 한시도 쉼 없이 계속 변화하고있는데 우리는 그 변화를 빠르게 알아채지 못한 것입니다.

아직도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어떤 단계로 진화해 나갈 것인지 명확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형의 기술과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가 살아나도록 노력하며 관련 산업을 떠받쳐줄 고급인력을 조속히 양성해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결과를 만들려는 생각을 버리고 이제까지 소홀히 했던 기본과정을 되돌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여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신뢰’입니다. 해외에 돌아다녀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입니다. 교수가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믿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못 믿는 자신감 결여 사회가 됐습니다. 플라스틱산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논의가 뜨겁습니다. 사출분야의 최근 기술동향과 관련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사출분야는 플라스틱 가공기술 중에서도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서 현재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변화의 가장 선두에 서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사출성형기술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제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개별화된 고급 제품을 대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지금 선진국들이 바라보는 시장과 생산기술의 모습입니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자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료기반 네트워크 구현, 고도의 자동화 등이 필요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왜 필요한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각 산업체가 현재 생산 방식에서 효율이 낮은 부분이 어디인지, 왜 낮은 효율을 보이는지, 이를 어떤 방법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가 보일 것입니다. 문제점이 보이면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해결방안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국내의 많은 업체들은 사출성형기술 구성 요소인 금형, 성형기, 소재, 성형공정 등을 별도의 독립적인 상태에서 이해하고 운영하려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달성하려면 이들 모든 요소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모두 연결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금형도 중요하고 성형기도 중요합니다. 또한 소재도 성형공정도 모두 중요하지만 각 부문의 기술적 완성은 이미 지나간 시대의 목표였을 뿐 이제는 이 모두를 통합화와 최적화하는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지금 유럽의 선진 기업들은 이미 그렇게 정의하고 그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예를 들자면, 10년 전까지 대단히 성황이었던 ‘유로몰드(EUROMOLD)’ 전시회가 지금은 규모가 축소되어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로 이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금형의 중요도가 낮아져서가 아니며 금형은 여전히 중요하고 오히려 예전에 비해 더욱 고도화되고 품질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금형 자체로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고 전체 자동화된 사출시스템의 일부로 그 역할을 다해내야 가치를 갖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는 각각의 생산 단계나 구성요소의 중요성보다는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될 때 그 가치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생각과 시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최종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각 분야의 기술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CNSPPT의 사출분소장을 맡고 계시는데 성과와 목표가 있다면?

지난 5년간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CNSPPT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과제입니다. 지금까지는 성공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그동안의 활동이 국내 플라스틱 가공산업에 성공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을 보았고 이 같은 가능성을 국내 업체들이 점차 인식하기 시작한 점입니다.

CNSPPT의 진정한 목표는 국내 플라스틱 가공산업의 바람직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것이며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산업체와 인력양성을 담당한 대학이 상생을 이루어 발전적인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사출분소는 기업의 재직자를 위한 교육과 실용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담당하겠지만 또한 자력 운영방안으로서 스타트-업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생산과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몇몇 업체들과 제품개발에 필요한 개발, 설계, 시생산 과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IKV 플라스틱 가공연구 발표회(Kolloquium 2018)에 다녀오셨는데 IKV는 어떤 곳인가요?

얼마 전(2월 28일부터 3월 1일) 독일 아헨공대에 부설연구소인 IKV(플라스틱 가공연구소, Institute für Kunststoffverarbeitung)의 연구성과 발표회(Kolloquium 2018)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인더스트리 4.0에 관한 논의와 발표가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IKV는 1950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가공기술 연구소입니다. 콜로키움은 격년제로 짝수해에 개최되며, 홀수해에는 격년제로 IIMC(국제사출성형 컨퍼런스, International Injection Molding Conference)가 열립니다. 올해로 IKV 설립 68년이 되었고 콜로키움은 29회를 맞았습니다. 다음 30회 콜로키움이 열리는 2020년에는 설립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사급 연구원 매니저 약 80명, 석사과정 보조 연구원 약 250명이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기업의 의견과 실용적인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지원하는 제휴회사(Associate Company)가 약 250여개입니다. 아쉽게도 이 많은 업체 중 한국 업체는 단 한 곳 뿐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이 정도 규모를 가지고 산학협력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없습니다. CNSPPT는 2014년부터 상호 연구 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상호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IKV도 한국과의 교류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류 기회를 더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7년부터 IKV를 드나들며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KV는 자신들의 연구는 항상 산업체에서 구현될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물론 기초부터 매우 단단한 장기간의 연구를 수행합니다. 일반적인 연구과제의 기간은 약 3~5년으로 기본적인 아이디어 창출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 완성도를 높이죠. 때문에 이곳의 연구 결과는 약 5~10년 뒤 산업체에서 완성된 기술로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현재도 이와 같은 연구의 선순환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CNSPPT가 IKV와 MOU를 체결하고 교류하는 이유입니다. CNSPPT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롤 모델이 바로 IKV인 셈이지요. 이와 같은 산학협력 연구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크게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 성과에 대해 큰 간섭 없이 산업체 스스로 성과를 판단하도록 장기간 지원 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매우 부러운 점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훈련된 고급 인력은 독일과 독일어 문화권 국가로 매우 폭넓게 진출하고 있으며, 현재 유럽의 많은 플라스틱 가공기술 인력이 IKV 출신인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성과가 진정으로 독일정부가 원하는 성과라고 봅니다.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외와 비교해서 우리 학계의 환경은 어떤지요?

우리가 자주 비교하고 주목하는 곳이 유럽과 북미일 것입니다. 국내 학계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환경을 닮았는데 그것은 현대 한국사회의 출발이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내 학계는 미국의 선진 연구목표를 공유하고 그 방향으로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과 미국은 기본적인 사회 규모와 경제 규모가 다릅니다. 미래 지향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모든 연구자가 한 방향으로 치닫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과 산업기술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빠져 있고 이와 같은 현실을 누구도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과 같은 환경에서는 실용적인 연구를 굳이 대학에서 담당할 필요 없이 기업 자체 능력으로 가능하지만 실용적인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는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실용적인 연구인력이 현재 고사 직전입니다. 미국처럼 해외의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여 활용할 여지도 높지 않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미국과는 또 다릅니다. 일례로 신문에 가끔 발표되는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 독일 대학과 프랑스 대학이 몇 개나 있을까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독일과 프랑스 대학의 경쟁력이 없지 않습니다. 유럽 대학들의 평가는 미국이나 한국과 다릅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공과대학은 산업체의 활동이 건강하도록 모든 활동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대학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할지 정부, 대학, 산업체 모두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이상적인 산학연 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값싸고 좋은 것’을 찾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치가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응하는 또 다른 가치를 지급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정보와 지식이 유통되기 때문에 발전하는 것이죠, 실리콘 밸리의 매개체가 돈입니다. 돈과 가치를 따로 두면 정보가 돌지 못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하면서 눈에 보이는 재화 규모는 커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재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은 다음 세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산학연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발전하려면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종 제품개발과 기술개발은 산업체가 담당해야 합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관이 산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산업체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은 내부에서 처리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기초탐색이 필요한 분야는 학계나 연구계와 협력해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학계는 보다 기초적인 아이디어 창출과 모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또 이 중에서 유효성이 높은 기술은 산업체로 이전하기 전에 연구계가 효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담당하여, 삼각축을 이룸으로써 상호보완적으로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과제도 내부 경쟁을 부추기는 것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협동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각각의 역할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자세입니다. 지금까지 산업체는 대학이 공공자금이나 등록금을 활용해 연구하는 기관으로 인식함으로써 대학의 연구 결과를 공적인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 개인의 연구의욕을 고취하려면 정당한 가치인식의 기반이 먼저 구현되어야 합니다. 무형의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생태계를 구현하는 기초입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미 앞서 말씀드렸듯이 CNSPPT는 국내 플라스틱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잘 구축된 유럽의 연구소, 대학과의 교류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산업계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산업체 인력의 해외 훈련을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사출분소는 소량의 사출성형품을 설계하고 개발하여 생산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며 지속적인 산업체 재직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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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31-219-2347